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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오후 4시 반 지나서 금년도 공인회계사 합격자 발표가 났습니다.


 새벽 4시가 다 돼서 잠들었음에도 아침 8시에 눈에 떠지더군요. 발표 시간까지 약 9시간,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거 같아서 일단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악몽을 꿨죠 11시까지 orz


 어쨌든 일어나서 몇 시간을, 모니터 앞에 앉아 작년과는 또 다른, 끔찍한 중압감을 견디며 보냈습니다.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가량 일찍 발표가 나더군요. 최종 합격자 명단을 열고, 컨트롤+F를 눌러 내 이름을 입력하고 엔터를 치던,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 같습니다.


 우선 작년 8월 31일에 쓴 2012년 2차 후기에 적은 바와 같이,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공인회계사 Laucilos입니다 :D




 올해 세법 응시한 얘기를 해볼까요. 올해는 이거 하나 뿐이니 큰 생략 없이 ㅎㅎ


 올해의 저는 당연히, 작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자신감이 넘쳤죠. 6월에 치른 나무 모의고사 세법에서 교내 2등, 전국 10위권에 들고 나니, 뻘실수만 안 하면 되겠구나, 싶더군요.


 그렇게 시험장에 들어섰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홍대에서 봤구요. 세법 1유예임을 표시하는 스티커가 붙은 책상을 보니 괜히 우쭐하더군요. 정리 노트를 빠르게 보며 시험 개시를 기다렸습니다.


 시험지 배부 후에는 여느 시험과 마찬가지로 시험지 파본이 없는지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마지막 장을 보니, 놀랍게도 문제가 찍혀있더군요, 그것도 8번. 어느 쪽이든 세법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기에, 끔찍했던.. 작년의 재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그리고 시험 개시. 저는 시험 시작부터 부가세 문제를 붙들고 있는 걸 무척 싫어하므로 바로 문제 3, 법인세로 넘어갔습니다. 솔직히 문제 난이도는 전반적으로 평이했습니다. 평소 풀던 GS 문제들과는 비교할 거리조차 못 되었죠. 단 하나 저를 당황스럽게 한 것이 있다면 답안 양식. 익入 손入을 '세로'로 적게 해놓았더군요. 이게 왜 난감한지, 같은 공부하신 분들은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법인세 문제를 풀다보니 난이도야 어찌 되었든, 시간이 부족한 시험이라는 게 명백해지더군요. 그렇게 된 고로 도중에 4개년도 감가상각과 같이 배점 대비해서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물음은 제껴가며 풀었습니다. 이때부터 시계가 끊임 없이 신경쓰이기 시작했구요, 집중도 좀 흐트러지고..


 문제 4의 물음 2는 충격 그 자체였죠. 아니, 비영리, 비영리법인이라니 ㅋㅋㅋ 어차피 맞출 사람이 없는 문제인고로 적당히 숫자 때려맞춰 넣고 패스패스.


 문제 5는 국기법. 국기법 준비도 나름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알듯 모를듯한 내용이더라구요. 아는 지식 다 동원해서 적었는데, 얼마나 맞았을지 모르겠네요.


 문제 6은 상증세. 말이 상증세지 일반적인 상속세나 증여세 문제는 아니고,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상당히 매니악한 내용이었습니다. 작년에 약술형으로 가볍게 출제된 내용인데, 그게 묻히지 않고 심화된 계산 문제로 다시 나온 거죠. 저는 다행스럽게도 대비를 했기 때문에 풀 수 있었습니다만, 저유예생이 아니고서야 마지막 물음까지 다 푼 사람이 몇이나 될지.


 소득세 쪽은 그다지 기억에 남는 게 없네요, 대체로 평이했던 것 같습니다. 벤처투자 소득공제, 라는 역시나 매니악하지만 나는 아는 내용이 나와서 기분이 살짝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양도소득세는 완전 백지로 냈습니다. 아쉬웠고, 또 두렵기도 했지만, 통상 양도세 문제가 배점 대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걸 생각하면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답안지를 다 써서 쓸 공간도 없었구요; 이거부터가 범상찮은 일이죠.


 부가세는 시간이 부족해서 물음 하나가 백지였고, 나머지는 잘 풀었던 거 같네요.


 ..적기는 상당히 태연하게 적어놨지만, 시험치는 내내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시간이 부족해서요. 답안지 제출하고 나니 세상이 핑핑 돌고, 입에선 욕설이 절로 나오더군요. 저뿐만이 아니고 시험장의 모두가 그랬습니다 ㅋㅋ




 어쨌든, 결과적으로 74.5점이 나왔고, 최종 합격했습니다. 사실 시험 치기 전만 해도, 1유예답게 8~90점 급의 초고득점 한 번 노려보자, 이런 자신감이 있었는데, 결과는 다소 소박했네요 ^^; 시간에 쫓겨가며 풀다보니 실수가 평소보다 좀 더 나온 게 아닌가, 하고 추측만 해봅니다.


 이렇게, 2010년 여름에 결심을 하고, 2011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수험생활이 2년 반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돌이켜보면 자발적으로 온 힘을 다해 노력해서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경험 자체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중학생 시절 외고 입시야 아무 것도 모르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 학원을 다녔을 뿐이고, 고등학생 시절 대입 준비는 학교에서 강제하던 야자에 맞춰 공부를 했을 뿐이니까요. 어렵게 얻은 회계사 자격도 소중하지만, 그 이전에 이 2년 남짓한 수험 생활 그 자체가 제 인생에 있어서 무척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솔직히 두 번 하라면 못하겠습니다만 ㅋㅋ



 이제 잠시 쉬면서, 다음 목표를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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